쓰잡/끄적

타방향

오할오 2025. 3. 16. 01:43
반응형

 

 

 

 

시작점이 달랐어도 그렇게 매달렸던 사소한 접점으로 인해 마침표는 같을 줄 알았다.

늘 평행성이었던 우리의 삶이 한순간의 교차로에서 만나 그 시점을 계기로 영원할 줄 알았지.

그렇게 갈라지기도 쉽지 않은데, 너는 또 그렇게 맞닿았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더라.

내 호소에도 너는 그 선택을 단 한 번도 번복한 적 없었지.

사실 이제는 좀 신물이 나.

나는 너만 보면 그 하루가 달콤에서 어떻게든 단물 좀 빼 보려고 아득바득 질릴 때까지 널 마주했는데,

널 보는 건 일상이 됐어도 그 맛이 좀 변하게 되더라.

 

상했어.

모든 게 상해 버려서 빛이 바래 버렸지.

또 모든 것이 굴절돼서 올곧게 바라볼 수가 없게 되어 버렸지.

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온 세상이 뒤틀려 버렸지.

내 세상이 온통 너여서 내가 알던 그 모든 것이 틀려 버렸지.

그래서 널 버렸지.

 

그 시절의 너는 아름다워서

모든 것을 미화시키기에 충분했기에

나는 그만 추억으로 남기려고 해.

하지만 다시는 회고하고 싶지 않은 그런 추억 말이야.

덕분에 나는 조금 더 성장했고

미처 제 나이에 깨달을 수 없었던 성숙함이 나를 쉴새없이 지배했다.

너로 인해 앞뒤로 가져다 붙일 미사여구도 많아졌고,

외로웠던 나를 그 어떤 수식으로도 갖다 붙일 수 있게 됐어.

 

그걸로 충분하다.

너를 원망하기에는 내 앞날이 너무 남아서, 창창해서

더 이상 쏟을 에너지가 없어.

이걸로 마지막 남은 모든 걸 다 쏟았다.

이것을 계기로 너의 모든 것이 게워졌으면.

 

잘가.

 

반응형